[Reaian] 20세기 서울 도축장의 역사......조선은 육축(六畜)이라고 해서 소, 말, 돼지, 양, 닭, 개를 키우고 잡는 것을 허용했다. 19세기까지도 서울의 뒷골목에서 가축을 키우고, 잡는 걸 목격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. 닭이나 개와 같은 작은 가축들은 개인이 알아서 잡았다. 문제는 소나 말과 같은 큰 가축들이었다. 특히 소는 농사에 이용되었고 말은 군사·교통상 중요한 수단이었기에, 개인도 국가도 ‘함부로’ 도살하지 않았다. 도살해서 판매하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.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사람이 도축해야만 했다. 조선 후기 한양에서의 도축은 전문 도축자인 ‘백정’이 푸줏간이나 도사(屠肆)라고 불리던 ‘현방’에서만 할 수 있었다. 군자원포주(君子遠疱廚). 군자는 푸줏간과 부엌을 멀리해야 한다는 통념처럼, 도축을 전문으로 하는 백정은 천민에 속했고, 한양 내 도축과 판매를 독점하던 현방은 20여개 정도로만 유지되었다.